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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쿠바 다녀오셨습니까?
작성일 2019.08.20


쿠바 다녀오셨습니까?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매일경제신문, 8월 20일자


이번 여름휴가는 쿠바를 다녀왔다. 쿠바는 대학 때부터 '쿠바혁명사'라는 책을 통해 다소 환상을 가진 나라였다. 아바나 법대 출신의 피델 카스트로는 26세에 대통령선거에 나섰다 패한다. 그러자 민병대를 조직해 군대를 습격한다. 이것도 실패해 감옥까지 갔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출옥 후 멕시코에서 게릴라 훈련을 받는다. '블랑코'라는 작은 보트에 80명을 태우고 쿠바로 돌아와 끝내 혁명에 성공한다. 개인적으로 아는 국회의원 한 분은 본인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고 한다.

 

여행자의 눈에 비친 쿠바는 혁명 후 60년간 변하지 않은 나라였다. 거리와 상점 곳곳에 체 게바라 등 혁명가 사진들이 걸려 있다. 1950년대 생산된 올드카들이 시내를 활주하고 수도 아바나에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지은 수백 년 된 건물만 남아 있다. 주택가들도 1950년대 그 모습 그대로다. 거리에 간판이나 광고도 없다. 60년 전에 죽은 헤밍웨이는 지금도 관광지 곳곳에 살아 있다.

 

지금까지 쿠바를 지탱해온 버팀목은 국가 주도의 복지와 배급 시스템이다. 최소한의 생활수준이 보장된다.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제공하고 집집마다 소유권은 없지만 살 집도 나눠준다. 현지 가이드도 최근 딸을 출산했는데 아기용품들이 담긴 마더박스를 받았다고 자랑했다. 지금껏 쿠바를 이끌어온 동력은 혁명의 이념이라고 한다.

 

그러나 쿠바도 현실적인 경제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나라의 곳간이 비니 국민 생활도 당연히 어려워진다. 배급 품목에서 쿠바인이 좋아하는 담배는 물론 비누도 제외됐다. 살고 있는 집이 곧 무너질 지경인데도 그냥 각목으로 받쳐놓고 산다. 전기 사정도 물 사정도 안 좋고 호텔 밖에서는 인터넷이 안 된다. 일부 공원에서는 가능하지만 1시간에 2달러나 되는 인터넷 쿠폰을 사야 한다. 쿠바 근로자 한 달 월급이 25달러다. 공산품이 귀해 생수통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차는 중고차도 언감생심이다. 의사 월급이 50달러 수준인데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티코 중고차가 2만달러에 팔린다. 교외에는 차를 얻어 타려는 사람들이 수시로 눈에 띈다.

 

쿠바는 여행지로는 한번쯤 다녀올 수 있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외국인 관광객은 고급 호텔에서 인터넷을 이용하고 체 게바라가 골프를 즐겼다는 해변 리조트에서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무언가 하려면 불편한 나라 쿠바에서 사는 것은 대단히 고단한 일이다. 쿠바에는 쿠바인의 쿠바와 관광객의 쿠바가 따로 있다고 한다. 변하지 않는 혁명의 이념이 쿠바를 마법 속에 가둬 놓은 것 같다. 과연 내가 쿠바에서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쿠바혁명사'를 감명 깊게 읽었다는 그분에게 물어볼 생각이다. "쿠바에 다녀오신 적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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